[Cover Story] 한국무역협회, "좋은 일자리는 무역에서 나와…소비재·신산업 수출경쟁력 키워야"

입력 2017-07-20 16:59  

인터뷰-이재출 무역협회 전무

수출기업 10년간 취업자 증가
내수기업보다 50%이상 많아
평균 임금은 32%가량 높아

중소기업 수출 저변 확대 필요
정부의 일자리 정책 성공하려면 민간부문 일자리 확대로 이어져야



[ 김낙훈 기자 ] “독일의 경영학자로 《히든챔피언》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에 따르면 독일의 최근 10년간 1인당 수출액은 15만달러로 한국의 두 배에 이릅니다. 이는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면 얼마든지 수출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역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입니다. 좋은 일자리도 무역에서 나옵니다. 우리 협회는 무역 확대를 통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재출 전무(57)는 한국무역협회의 산증인이다. 1986년 무역협회에 입사해 31년째 일하고 있다. 당시 무역협회는 서울 회현동 3호터널 입구에 있었고 그 건물에는 KOTRA, 각종 수출조합 등 수출 유관기관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 뒤 삼성동 트레이드타워로 이전했지만 ‘무역입국’의 뜻은 지금도 한결같다. 그를 트레이드타워 50층에서 만나 하반기 수출 전망과 무역 확대방안, 일자리 창출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수출이 나아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하반기 수출 전망은 어떻습니까.

“우리 수출은 세계경기 회복과 무역량 증가에 힘입어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수출은 228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3% 늘었습니다. 이는 IT(반도체·OLED) 경기 호황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신산업 수출 확대, 아세안·유럽연합(EU)으로의 시장 다변화 덕분입니다. 세계 수출 순위가 지난해 8위에서 올해 6위로 두 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반기 수출은 선진국 경기 회복과 신흥국의 수입 수요 확대, IT 경기 호조 지속에 따라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 상승 제한 및 기저효과 감소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것으로 봅니다.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266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품목별로는 어떻습니까.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 등의 수출이 늘 것으로 봅니다. 경기 회복과 신증설 설비 가동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선박, 디스플레이·가전, 자동차부품·무선통신기기는 부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박은 유가 상승세 둔화로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와 가전은 해외 생산 확대로, 자동차부품·무선통신기기는 경쟁 심화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봅니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수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5420억달러, 수입은 14.0% 늘어난 4630억달러로 무역액이 전년보다 11% 정도 증가하면서 1조달러를 3년 만에 재달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셰일원유 증산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과 선박 인도 지연 가능성 등이 변수이긴 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수출보다 내수가 중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역흑자는 소득의 주요 원천으로 내수의 초석입니다. 내수의 핵심인 소비와 수출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내수와 수출의 이원화보다는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지요. 최근 수출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설비투자가 증가해 수출과 투자가 성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출 증대는 경기 회복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앞으로 수출 호조세가 더욱 확대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출이 일자리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봅니까.

“최근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수출기업은 내수기업에 비해 상용직 비중과 임금 수준 등이 높아 ‘좋은 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10년간 존속한 패널기업(제조업 3418개사)을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취업자 증가가 수출기업은 11만4000명인데 내수기업은 7만3000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출기업이 50% 이상 많았습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정규직 비중이나 임금 차이는 어떤지요.

“정규직 증가도 수출기업이 우수했습니다. 10년 동안 수출기업은 12만5000명인데 내수기업은 6만5000명이었습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정규직 비중은 수출기업이 97.9%, 내수기업은 92.9%로 나타났고요. 2015년 기준 수출기업의 1인당 연간 임금(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 포함)은 7800만원으로 내수기업 5900만원보다 32%가량 많았습니다.”

▷수출 회복세를 이어가려면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할까요.

“현재의 수출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수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늘려가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소비재·신산업·서비스 수출경쟁력 강화, 시장 다변화로 중국과 미국 리스크 해소, 소재·부품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중소기업의 수출 참여 확대 등에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중견·중소기업 중에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도 해외시장을 잘 개척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월드클래스 300’ 및 ‘글로벌 전문기업’ 232개사를 조사한 결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들 중소·중견기업은 지난 5년간 우리 수출이 연평균 2.3% 감소할 때 매년 9%가 넘는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수출기업 중 수출 대상국이 10개국 미만인 기업이 83.7%인데 이들 기업은 평균 28개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해 취약한 산업의 허리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기업들로, 수출과 매출 증가율이 높고 연구개발과 투자 등의 면에서 혁신성을 갖춘 기업들입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빠르게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는 ‘태생적 글로벌 지향성(Born-global)’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의 강점인 민첩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마이크로 멀티내셔널(micro-multinational)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감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술 집약적 블루오션’을 개척하거나 기존 기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른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특징도 있고요.”

▷시장 측면에서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많은 중소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과 브랜드 우위를 누릴 수 있는 개발도상국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 기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기술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선진시장을 개척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선진국에서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인근 시장, 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수출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습니까.

“우선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두 달여간 보여준 고용 창출 의지와 일자리 중심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일자리위원회 설치, 일자리 추경 추진 등이 그것입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이런 노력이 마중물이 돼 민간부문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지난 6월26일 일자리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촉진을 위해 ‘규제개혁 상황판’을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옆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만큼 규제 완화가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건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규제개혁 사례로 다섯 가지를 건의했습니다. 첫째,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입니다. 국내 복귀 제조시설의 수도권 신설 허용 및 세액 감면 인센티브를 확대하자는 것이지요. 유턴 관련 규제·제도 정비를 통해 국내 복귀 기업에 편의를 제공하자는 내용입니다. 둘째, 의료서비스 규제를 개선하고 정부 주도형 대규모 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해 의료 클러스터 보건산업 육성, 대규모 고용 창출을 촉진하는 게 필요합니다. 셋째,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창업, 중소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진입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게임산업, 인터넷전문은행 등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다섯째, 중소·개인 전자상거래 기업 수출 확대를 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수출은 한국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금은 수출을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이재출 전무는...
△1960년생
△1985년 12월 한국무역협회 입사
△1986년 2월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8월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석사)
△1998년 6월 미국 테네시대 졸업(정보학석사)
△2005년 3월 충북지부장
△2010년 1월 기획조정실장
△2011년 1월 고객서비스본부장
△2012년 3월 e-Biz지원본부장
△2012년 7월 경영관리본부장
△2014년 12월 무역의 날 석탑산업훈장
△2015년 3월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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